Shadow4

컨텐츠 정보

패스트 라이브즈

본문

패스트 라이브즈
패스트 라이브즈 ( 2024 )
Past Lives
장르 : 로맨스
감독 : 셀린 송
출연 : 레타 리,유태오


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한 번의 12년 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수많은 "만약"의 순간들이 스쳐가며, 끊어질 듯 이어져온 감정들이 다시 교차하게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관람평

내가 그리운 건 사랑했던 네가 아니라 한 시절을 예쁘게 수놓았던 우리라는 추억, 누군가 곁에있다는 그 온기,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 사랑받고 있다는 그 느낌, 너를 사랑했을때 가장 아름다웠던 내 모습.


국내 정식 개봉 이전부터 해외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고 오스카 노미네이트로 용의 눈에 점을 찍은 느낌이었다. 허나 이로 인해 상승한 기대치가 그만큼의 실망 또한 불러왔다. 호의적으로 보자면 잔잔하게 흐르는 느낌이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밋밋하고 엉성한 작품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마켓을 타겟으로 삼은 A24와 CJ ENM의 영향력이 작용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배우들의 캐스팅부터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한국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의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에서 줄곧 생활한 남자 주인공 역할에 가뜩이나 한국어 발음이 어눌한 유태오를 캐스팅한 것도 그렇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여자 주인공의 한국어 딕션은 한국어 학당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교포 2세대의 느낌에 가까웠다. 관점의 차이겠으나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 입장에선 이러한 캐스팅은 몰입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감독은 '인연'을 소재로 다뤘다고 했으나 몇 차례 인용구를 활용하는 것에 그쳤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 소재로 작품 전반을 지배하지도 못했다. 서구인들이라면 몰라도 학창 시절부터 동양철학을 배운 한국인들에게는 감독의 인연설이 과연 얼마나 어필이 될까 싶다. 이 작품을 위시해 궤를 함께 하는 근래의 한류우드 무비들의 탄생 사유는 70년대에 잠시 반짝했던 한국-홍콩 합작영화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미 아역의 레벨을 넘어선지 오래인 문승아, 임승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 역시 아쉽다. 유태오, 그레타 리를 능가하는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영건들인데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살펴보긴 했는지 모르겠다. 좋은 시절을 만나 상승기류를 타는 것 역시 사람의 인연이고 인복이겠지만 셀린 송은 좋은 각본가임엔 틀림 없어도 아직 여물지 못한 감독이다. 비판적으로 평가했지만 이 또한 애정에 기반한 것이니 모쪼록 좋은 각본이 빼어난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를.


인연이고 운명이고 다 착각이다. 서로에 대한 미련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지키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갖지만 그냥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 존재했다

관련자료